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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안 쓰자니 아쉽고, 쓰자니 부담되는 ‘배달앱’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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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안 쓰자니 아쉽고, 쓰자니 부담되는 ‘배달앱’을 어이할꼬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4.2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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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안 쓰자니 불편하고 쓰자니 배달수수료가 부담된다. 배달앱을 쓰지 않겠다 선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점주는 점주대로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말하고 플랫폼 기업은 적자라며 하소연한다. 그럼 배달 노동자는 웃었을까. 이전보다 시원찮은 벌이에 일을 그만두는 라이더가 늘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시장은 커지는데 웃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1만원 떡볶이를 주문하면 배달 수수료가 5000원이라는 얘기는 사실일까. 

서울에 사는 김 씨는 평소 즐겨먹던 누룽지 통닭을 주문하려다 흠칫 놀랐다. 두어 달 사이 음식 가격이 1만 7000원에서 1만 90000원으로 2000원 올랐고, 배달료는 0원에서 3000원이 부과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만 7000원이었던 음식을 주문하려면 2만 2000원을 내야 했다. 동일한 음식을 시키는데 정확히 5000원을 더 낸 셈이다. 

짜장면 값 천 원이 올라도 물가가 많이 뛰었다며 놀라는 판에 한 번에 5000원이나 오른 배달비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용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는 해도 한 번에 너무 과하다는 게 배달앱을 바라보는 대다수 소비자의 시각이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배달료 부담 때문에 음식을 포장한다는 내용부터 아예 배달앱 보이콧을 선언하는 내용도 등장했다.   

수수료 부담에 배달앱 이용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 간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주요 배달앱의 이용자 수를 살펴보니 안드로이드 기준 지난해 12월 보다 107만명(4.2%)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감소세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일부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해제됐고 모임 규모에 따른 인원 제한도 사라졌다. 마스크만 잘 쓴다면 자유롭게 모임을 할 수 있으니 여행과 외식 등 바깥출입도 늘었다. 코로나로 인한 수요가 급증했던 만큼 배달앱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의 배달앱 논란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동안 주요 배달앱(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여온 경쟁의 결과란 지적이다. 과도한 경쟁의 시작은 후발주자 쿠팡이츠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시장을 뺏길 수 없었던 경쟁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고(배민1), 할인쿠폰 발행, 라이더 확보를 위한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 과도하게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게 걸림돌로 작용했단 설명이다.   

 

지금의 배달앱 시장을 요약하면 시장은 커졌지만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국민앱으로 떠오른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에서 2018년 2500만명으로 늘었다.(한국소비자원, 2019) 매출 역시 매해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배달앱 1위를 달리는 배달의민족 매출이 2018년 3145억원에서 지난해 2조 88억원으로 6배 커졌지만 영업이익이 525억원 흑자에서 757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만 봐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모션 기간 중 배달앱 기업들은 부족한 배달료를 자사 이익에서 충당해왔다고 주장한다. 배달의 민족 단건 배달 수수료는 결제금액 12%+배달비 6000원이었으나 프로모션 기간 중에는 수수료 1000원+배달료 5000원을 적용했다. 쿠팡이츠 역시 단건 배달의 경우 배달중개 수수료는 결제금액 15%+배달비 6000원이나 프로모션을 기간에는 수수료 1000원+배달료 5000원을 적용했다. 

하지만 긴 경쟁에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지자 배달플랫폼은 올 초 프로모션 종료를 알리고 배달 수수료를 전격 개편했다. 프로모션이 종료됨에 따라 각 배달업체는 기존대로 각각 12~15%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물론 요금제가 여러 가지라 모든 점주가 동일한 배달비를 내진 않는다. 

배달료가 오르자 점주들이 늘어난 배달수수료를 음식값에 반영하거나 배달료를 별도로 책정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추가 금액은 적게는 2~3000원에서 1만원까지 높아진 상태다.

한 배달앱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서울의 기본 배달료는 2500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평균 4000원~5000원 사이고 폭설이나 폭우 등 배달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단건 배달료가 1만원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소비자는 당혹스럽다. 점진적인 인상이 아닌 한 번에 훌쩍 뛰어오른 배달료에 배신감마저 느낀다. 특히 코로나와 함께 배달앱이 생활 서비스로 자리잡은 만큼 국민 정서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점주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배달료를 올리는 건 자신들이 아닌데 배달료가 늘어날수록 주문이 줄어 매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점포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30% 정도를 배달료로 내고 있는데 여기에 주문 건수까지 줄면 상황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일부 점주는 “만원짜리 음식이든 3만원짜리 음식이든 배달하는 건 마찬가진데 결제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참지 못한 일부 점주가 배달앱을 지웠다는 얘기도 나오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한 단체행동 의사도 밝힌 상태다. 

일을 그만두는 라이더도 늘고 있다. 배달이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에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고, 배달 주문이 감소하면서 벌이가 예전만큼 못해서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는 배달오토바이 매물이 하루 20여 개씩 올라온다는 소식이다.   

주요 배달앱 사용률이 8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배달앱과 연관된 기업, 소비자, 점주, 라이더들은 저마다 불안한 눈빛으로 배달앱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배달앱이 운용되면 해당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외면하지 않도록 합리적 합의에 이르기 위한 논의가 당장 필요한 이유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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