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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사이비 종교인, 나날이 늘어가는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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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사이비 종교인, 나날이 늘어가는 수법
  • 천보영 인턴기자
  • 승인 2019.03.2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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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업무 등으로 접근한다면 한 번쯤 의심해보아야
▲ 사진 : Pixabay

[소비라이프 / 천보영 인턴기자] 지난 11일 길거리를 걷던 제보자 A씨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제가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삶의 고민을 들은 것을 바탕으로 과제를 하고 있거든요, 혹시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사이비 종교인들은 길거리에서 ‘삶이 힘드시지 않느냐’,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인상이 좋아 보인다’ ‘독서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고 있다’와 같은 사이비 종교와 다소 거리가 있는 말로 관심을 끌며 말을 튼다. 이후 사이비 종교의 교리들을 늘어놓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것이 그들의 주 수법이다. A씨는 평소 사이비 종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이비 종교인들은 어떤 말들로 행인들을 농락하는지 궁금하여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이비 종교인 : 안녕하세요, 제가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글을 쓰거든요. 혹시 안 바쁘시면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A씨 : 네, 도와 드릴게요. 물어보세요.
사이비 종교인 : 아, 여긴 좀 어수선해서 어디 잠깐 들어가서 앉아서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
A씨 : 아니요, 제가 곧 가야해서요. 그냥 여기서 하는 게 어때요?
사이비 종교인 : 아 그러면 잠깐 중앙 말고 옆쪽으로 옮겨서 얘기해 봐요.
A씨 : 네, 그러죠.
사이비 종교인 : 대학생이신가요?
A씨 : 네 대학생이에요.
사이비 종교인 : 평소에 대학교 생활 하면서 많이 바쁘신가요?
A씨 : 네 바쁘죠.
사이비 종교인 : 어떤 게 가장 바쁘세요?
A씨 : 공부하는 게 바쁘네요.
사이비 종교인 : 과는 관심이 있어서 간 건가요? 무슨 과 가셨나요?
A씨 : 경영학과입니다.
사이비 종교인 : 평소에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만약 생각을 하면 보통 어떤 걸 생각 해 보시나요? 미래일 수도 있고, 성격이나 성향일 수도 있고요.
A씨 : 미래요.
사이비 종교인 : 꿈이 있으신가 봐요?
A씨 : 저는 공무원 되는 게 꿈이에요.
사이비 종교인 : 공무원은 소방공무원이라던지, 경찰공무원이라던지, (종류가)있잖아요.
A씨 : 아 아직 제가 1학년이어서요. 그냥 수업 열심히 듣고 후에 하려고요.
사이비 종교인 : 언제 그럼 (준비)하시려고요? 대학 다니면 휴학해야 되지 않아요? 왜 공무원이 하고 싶으세요?
A씨 : 평생 먹고 살 수 있고 좋죠.
사이비 종교인 : 메리트가 있으니까요.
A씨 : 네, 대체로 안 잘리니까요.
사이비 종교인 : 잘릴까봐 (그러시는구나). 좀 무서운 데도 많이 있어요. 직장생활 할 때 위험을 감수해야 되는 부분도 있죠.
A씨 : 네 있어요, (위험 감수하는 건) 어딜 가나 있죠.
사이비 종교인 : 다 큰 회사도 아닌데, 구조조정하고 그러더라고요.
A씨 : 뭐 그럴 때는, 뭐, 사실 몸만 건강하면 노가다 뛸 수도 있고요. 막 그렇게 걱정 없어요.
사이비 종교인 : 근데 되게 건강한 편이신가 봐요, 정신이?
A씨 : 네, 정말 건강하죠. 혹시 정신이 건강하세요?
사이비 종교인 : 그럼요, 왜냐하면 제가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면) 긍정적이신 것 같아서요.
A씨 : 네, 저는 아주 긍정적입니다. (웃음) 약간 되게 우울해 보이시는데,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되게 표정이 안 좋으신데요.
사이비 종교인 : 얘기를 듣는데, 어떤 생각이 드냐면요. 뭔가 (A씨가) 이렇게 긍정적이고 밝게 생각을 하려고는 하는데, 또 뒤에서는 되게 다를 것 같기도 해요.
A씨 : 아, 그런 게 보이세요?
사이비 종교인 : 보이는 것 보다는 그 사람이랑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잖아요.
A씨 : 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심리학자세요?
사이비 종교인 : 약간 배우기도 하죠.
A씨 : 아, 무슨 과세요?
사이비 종교인 : 저는 이제 일을 하고 있어서(요).
A씨 : 무슨 일이요?
사이비 종교인 :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냥 사무직(이요).
A씨 : 어떤 회사 다니세요?
사이비 종교인 : 정확히 얘기하긴 좀 어렵고요.
A씨 : 아, 개인정보니까요.
사이비 종교인 : 네, 그렇죠. 회사 같은 경우는,(월급이) 나오니까.
A씨 : 심리학 관련된 회사인가요?
사이비 종교인 : 심리학…
A씨 : (아까)심리학에 대해서 잘 아신다구…(하셨잖아요.)
사이비 종교인 : 배우고 싶어서, 배우고 있어요.
A씨 : 아, 그래요? 학교에서 심리학을 배우신거예요?
사이비 종교인 : (끄덕)음!
A씨 : 아, 그럼 학과가 심리학과세요?
사이비 종교인 : 학교에서 배운다 하기 보다는 요즘은 배울 수 있는 곳이 있거든요. ‘비X X’라던지…배울 수 있는 공간이 꽤 많더라고요
A씨 : 심리학을 학교 말고 다른 데서 배울 수 있다고요?
사이비 종교인 : 학교에서 배우는 게 제일 낫긴 하죠. 자격증…
A씨 : 네, 그게 제일 신뢰도가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정말 민간 자격증이니 뭐니 하면서 쓸데없이 남발하는 데가 많아가지고요. 부작용이 되게 많거든요. 특히 종교적인 거 있잖아요.
사이비 종교인 : 네네.
A씨 : 사이비 종교 이런데서 ‘심리학 설문조사 한다, 뭐다~’하면서 막 남발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정신을 막 흐트러놔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땐, 그게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이비 종교인 : 음…
A씨 : 그래서 학교에서 배워야 돼요.
사이비 종교인 : 뭐 심리학 그런 부분을 통해서 종교적인 부분을…
A씨 : 그런 게 아니라, 민간 자격증 발급 센터 이런데 있잖아요. 이런데서 심리학, 심리치료 이런 자격증을 (누구나 쉽게 딸 수 있게) 남발 해가지고요. ‘나는 자격증이 있다’고 전문적인 것처럼 행세를 해서, 어디서 뭔가 치료를 하는데 그게 잘못 되는 거죠. 잘못 배웠으니까.
사이비 종교인 : 뭐, 그 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원해서 하는 거 아닐까요? 거기가 잘못됐다라기 보다는…
A씨 : 잘못됐어요. 실제로 기사가 나왔고요. ‘치료가 잘못 됐다’는 의료적인 결과도 나왔고요. 심리관련 자격증 남발을 제한해야 한다, 기준치를 높여야 한다는 기사를 제가 봤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이제 가봐야 돼서 죄송합니다.

A씨가 사이비 종교인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사이비 종교인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거짓으로 꾸며 사람들로 하여금 사이비 종교가 아닌 것처럼 믿게 만든다. 이후 상대방의 미래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게 만들어, ‘긍정적여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슬픔이 보인다’는 등의 말을 하며 마치 사이비 종교인 본인이 심리학적인 추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날 외에도 A씨는 1년 동안 길을 가며 사이비 종교인들이 말을 건 경우가 많았지만 그 때마다 바쁘다고 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질문을 던지면 사이비 종교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 또한 길거리에서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인이라고 오해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요즘에는 대부분 ‘네이버 폼’과 같은 인터넷 익명 설문조사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불교,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사이비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인들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다만 개개인 스스로 주체적으로 조심하고, 되도록이면 설문조사나 과제를 한다고 접근하는 이들의 경우 한 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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