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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 내 갑질·군기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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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 내 갑질·군기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 임태은 인턴기자
  • 승인 2019.03.1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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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을’의 목소리 제대로 전달할 환경 조성 가장 중요할 것”
▲ 사진 제공 : Pixabay

[소비라이프 / 임태은 인턴기자] 최근 성신여대의 한 교수가 조교들에게 학과와 무관한 개인적 업무와 본인이 먹을 다과 준비 등을 지시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교수는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으나 전직 조교들에 의해 내부에 해당 교수에 관한 매뉴얼이 있었던 것이 밝혀지며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 내부의 갑질과 군대식 문화에 대한 논란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며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학과의 가장 권위자라 할 수 있는 교수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갑질을 주도하는 사람은 다양하며, 이에 피해자들은 큰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지난 14일 경기도 소재 A 대학의 갑질 문화 제보를 받고 졸업생 B씨를 만나 대학 내 악습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기자: 해당 대학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있었나?

B씨: 현재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갑질은 거의 다 있었다고 보면 된다. 먼저 입학 전부터 매일 학교로 불러 OT때 할 팀별 장기자랑 연습을 시키고, OT때는 신입생들을 선배들이 있는 방들로 데리고 다니며 강제로 장기자랑을 하게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술을 잔뜩 따라주었다. 입학 후에는 지나가는 선배들한테 인사를 안 한다고 조교, 학생회장이 수업이 끝난 후에 동기 전체를 불러서 군기를 잡는 일이 허다했다. 다른 일이 있으면 무조건 그들에게 미리 얘기를 해야 했고, 그냥 간 경우에는 조교가 과 사무실로 불러서 혼냈다. 이걸 졸업할 때까지 계속 겪었다.

기자: 그렇다면 조교가 갑질에 동참한 것인가?

B씨: 그렇다. 특히 한 조교가 아주 인상 깊었다. 학생을 대놓고 차별하는 조교는 그 사람이 처음이었다. 졸업생 출신이었는데, 본인과 친한 학생들 위주로 챙기고 다른 학생들은 대놓고 무시하거나 본인이 해줘야 할 일도 제대로 처리를 안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학과 OT에 따라가서 본인이 제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같이 신입생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고 그걸 평가하고 있더라. 다른 조교들은 그 사람보다는 나았지만,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기자: 교수들이 제재하지는 않았나?

B씨: 제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방관했고, 그 중 일부는 더 심한 짓도 했다. 학과 내에 큰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묻어버린 교수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CCTV 판독과 정황 파악 등을 통하여 범인을 꼭 잡아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처럼 말하였고, 다들 그렇게 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결국 범인을 잡은 듯하였으나, 해당 교수는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해당 사건을 묻자고 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피해 학생들의 과실이 크다며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더라. 게다가 각종 교내외 행사에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미 사실상 수상자가 정해진 학과 내 대회에 굳이 모든 학생들을 동참시켜 들러리로 만든다거나, 본인 지인이 개최하는 외부 행사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시켰다.

기자: 학생들의 반발이 있지는 않았나?

B씨: 물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치 그 사람들이 사회 부적응자인 것처럼 몰아가더라. 학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분명히 문제가 많은데, 제기하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고, 낙인찍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학우들도 다수였기 때문에 항상 문제를 언급한 사람만 이상하게 보였다.

기자: 본인도 당시에 이러한 상황들을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나?

B씨: 그렇다. 나 역시 잘못된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학교에서 낙인찍혀 학점도 제대로 못 받고 취업도 못 할까봐 두려웠다.

기자: 이미 졸업했는데 지금이라도 이러한 이야기를 알리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B씨: 언젠가 꼭 저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버텨왔다. 학교를 다닐 때 항상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부조리한 일들이 눈앞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정말 싫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용기를 내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기자: 본인은 대학 내 만연한 이런 부조리한 상황들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B씨: 일단 제가 겪은 상황을 고려해서 말씀드리면, 공론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은 교수, 조교, 학생 간 수직적인 관계가 많다. 학교라는 곳의 특성상 이를 수평적으로 바꿀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을’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상황들을 공론화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용기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미움 받을 수 있는 용기. 그게 있어야 대학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자: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B씨: 대학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가 ‘약자가 용기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점점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부당한 일들이 많다. 그 모든 일의 피해자들이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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